나그네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271
- 26-06-06 10:48
구원과 섬김은 인간의 혈통이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과 은혜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조건이나 서열을 따라 일하지 않으시고, 자신의 기쁘신 뜻과 영원한 경륜을 따라 자기 백성을 부르시고 세우십니다. 그러므로 구원은 원하는 자나 달음박질하는 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께 달려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백성을 택하셨습니다(롬 9:16; 엡 1:4).
이 원리는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축복하는 장면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므낫세가 장자였지만, 야곱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동생 에브라임을 앞세웠습니다. 요셉은 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야곱은 그 뜻을 알고 있었고, 에브라임이 므낫세보다 더 큰 민족이 될 것을 말했습니다(창 48:17–19).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의 혈통적 순서나 세상적 기준에 매이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기대와 질서를 넘어, 자신의 주권적 섭리와 구속 경륜 가운데 자기 뜻을 이루십니다.
성경은 인간이 본래 연약하고 무가치한 존재임을 분명히 말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높아질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피조물 됨과 죄인 됨을 깨달아야 할 존재입니다. 인간은 흙으로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은 인간의 체질을 아시며 그가 먼지뿐임을 기억하십니다(창 2:7; 시 103:14).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을 참으로 알게 될 때, 그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에게 내세울 의나 공로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인간의 자연적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죄로 죽은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고, 오직 성령의 역사로만 그리스도를 믿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이끌지 않으시면 아무도 자신에게 올 수 없다고 말씀하셨고, 바울은 성령으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누구도 예수를 주로 고백할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요 6:44; 고전 12:3). 그러므로 믿음은 인간의 의지나 결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부르심과 성령의 역사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엡 2:8–9).
마찬가지로 자기 부인도 인간의 의지와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자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 16:24). 그러나 이 자기 부인의 삶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에게 성령께서 이루어 가시는 은혜의 열매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고, 이제는 자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자기 안에 사신다고 고백합니다(갈 2:20). 즉 자기 부인은 내가 나를 비우는 행위이기 전에, 그리스도께서 나를 붙드시고 다스리시는 은혜의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자신의 혈통, 능력, 의지, 공로를 자랑할 수 없습니다. 구원도 은혜요, 믿음도 은혜요, 섬김도 은혜이며, 자기 부인의 삶도 은혜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영원히 머무를 자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나그네로 살아갑니다. 베드로는 성도를 거류민과 나그네로 부르며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권면하고, 히브리서는 믿음의 조상들이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고백했다고 증언합니다(벧전 2:11; 히 11:13).
따라서 우리는 오늘도 겸손히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힘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 가운데 붙들려 있으며, 우리의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를 자랑하며,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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